ER-2

전 시즌을 다 모을 생각은 없다. 시즌 1이면 충분하다.

세월의 때가 빗겨가질 못해 겉 종이 케이스가 여기저기 해지고 색이 바랬지만

이정도라도 보존되어서 지금 내게로 온 것이 감사하다. (상태가 매우 좋다.)

이것이면 충분하다.

그리하여 혹시 누군가가, 이것은 무엇이냐고 내게 물었을 때

다른 누구에게는 아무래도 좋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이야기이나

나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하고 소중한 이야기를

그때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의미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켄 리우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이야기를 짓는 종(種)이니

나의 작은 이야기를 수집한 것이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