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022년 12월 30일 오후 10:12

일을 맡은 자는 ‘일을 맡은 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 함정은 매우 교묘하고, 또 빈번하게 파여있어서, 매일 매순간 조심하면서 걸음을 옮기지 않으면 푹 파인 구덩이에 발이 빠지기 십상이다. 먼저 효능감이 찾아온다. 내가 무엇인가 이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나의 맡은 역할이 있고 내가 그것을 차질없이 해나가고 있다는 효능감. 그것이 어릴 때 부모님의 돈으로 배운 악기이든, 혹은 그 환경에 노출될 수 있었던 덕에 쌓을 수 있었던 음악적 소양이든, 또는 나는 한 것이 없으나 날때부터 장착해주신 고급 성대이든, 아니면 5분 전에 배운 방송실 기계 조작법이든.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인가 눈에 보이는 실제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간의 정신을 매우 쉽게 빼앗을 수 있다. 지금의 나는 이전의 나, 일을 하고 있지 않을 때의 나보다 더 크고 중요한 존재가 된다.

그 다음 찾아오는 함정은 타인에 대한 비판과 그들보다 내가 낫다는 우월감, 선민의식이다. 베이스를 맡은 형제가 또 코드진행을 틀렸다. 부주의한 그의 실수 때문에 기껏 열심히 만들어놓았던 예배의 분위기에 금이 가 버렸다. 김이 샌다. 좀 있어보니 드럼을 맡은 형제가 또 주제와 분수를 모르고 마구 날뛴다. 저 인간은 왜 저러지? 나처럼 다른 지체의 소리를 들으면서 조화롭게 예배를 뒷받침해야 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데.

모든 것이 끝나고 난 다음 찾아오는 최종보스가 있다. 허탈감이다. 이 허탈하고 공허한 기분은 매우 강력하다. 방금까지만 해도 작지만 확실한 나의 역할이 있었는데, 이제 시간이 흘러 순서가 끝나고 손에 쥔 나의 규를 내려놓아야 할 때가 왔다. 이제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까의 나는 원래의 나보다 훨씬 크고 중요한 존재였는데, 이 기분이 5m 만큼 올라간 느낌을 선사한다면 지위를 박탈당하고 난 뒤 일반성도 2837로 돌아가 자리에 앉은 나의 기분은 지하 100m 땅을 파고 끝도 없이 가라앉는다. 설교말씀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방금까지 내가 앉아있었던 자리를 바라본다. 아직도 일하고 있는 방송실 담당 형제가 예배의 순서에 맞추어 충실히 화면을 넘기고 있다. 나는 그가 부럽다. 그의 일을 빼앗아 할 수 있다면 나는 뭐라도 할 것이다. 상상 속에서 나는 피아노를 치고, 신디와 기타도 친다. 마이크를 잡고 정중앙에서 인도자의 역할도 수행한다. 무대 뒤로 돌아 들어가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앰프의 볼륨을 조절한다. 나는 그 모든 것을 한다. 나는 이 예배의 주도자이자 주인공이다. 하나님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없다. 아니, 잘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내 마음 속 스테이지에 하나님은 계시지 않았다. 나는 그 사실이 너무나 무섭고 끔찍하여 눈을 질끈 감고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도록 아주 살짝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머리 속 무대를 흩어 지워버린다.


2022년 11월 30일 오후 7:31

장갑
양말
털신
핫팩
실내화


2022년 11월 28일 오전 11:25

그냥 브런치나 먹으면서
놀고싶다


2022년 11월 21일 오후 9:43

평생에 걸쳐 내 몸과 화해하는 과정

내가 너 때문에 손해를 봤다라는 것에 크게 분노를 하고
네가 그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너는 알아야만 한다
그래서 passive aggressive

분별
-바쁘게 사는 것과 바쁘게만 사는 것
-관용을 베푸는 것과 구렁이 담 넘어가듯 덮고 넘어가는 것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자신을 보지 못하는 것
-자신을 바로 보는 것과 자신을 비하하는 것
-건설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과 사상누각을 세우는 것

나의 모자란 점

실패에 대한 두려움
-하나라도 모자라면 최선의 결과가 나오지 않음
-식물
-중환자
그러나
그 와중에 하나님의 은혜로만 설명되는 것들

아무것도 아니다

시간-고통스러운 시간은 천천히 즐거운 시간은 빨리 흐른다고 한다
권태에 눌려서 어서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시간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다들 핸드폰에 코를 박고 뭔가를 보고 있다
현재의 현상황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보고 있다
그러다 죽기 전에 깨닫게 될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고나서야
이 모든 게 소중하다는 것을
그렇다면
모든 지금을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으로 변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보야 그것도 모르냐!
상처
나는 교묘해졌을 뿐이다

우리 안에 내재된 프로그램
비상사태에 자동으로 활성화
세상은 그렇게 실낱으로 이어진다

피아노에 대한 집착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나의 공간

떠다니는 부유하는 단어들 문장들
가득 찬 것은 넘쳐흐른다

이해되지 않는 일을 마주칠때면
왜 나에게 이 일을 허락하신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아주 이기적인 이유로
이것은 마치 허공에 대고 칼 베기와 같다
주인공이 뭔가를 깨달아야지만 그 단계가 마무리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하산을 허하노라

결국엔 바라는대로

식물-욕망에 관하여
대상을 옮겨갈 뿐
형태를 변화할 뿐
나의 욕망은 그대로였다
내 안에 구멍이 뻥 뚫려있다
때로 그것은 입이기도 하고
흉부의 정중앙이기도 했으며
생식기이기도 했다
그 입구는 시커멓다
그 내부가 매우 거대한 빈 공간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삼켜도 그 공간을 다 채우지는 못할 것이다
진공청소기가 가까이에 있는 것부터 빨아들이듯
나는 내 주변의 있는 것들을 내 옆으로 끌어당겨 주변에 두기 시작했다
어쩔 때는 공간이 나를 잠식하기도 했다
스스로에게 환멸이 날 때는 정리를 해보기도 했다

부러울 때는 성냥팔이 소녀의 심정이 된다

나는 왜 잠들지 못하는가
불면의 밤이 지나가고 있다

그 다음 단계
죽음으로 치달아 가는
나의 소용은 무엇인가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이
-하나님께 영광인가
-이웃에게 덕이 되는가
-사랑의 동기인가

버리고 채웠다


2022년 11월 16일 오후 5:31

우리는 모두가 각자의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는데
때로는 이것이 나만의 것이라고 여기며
가끔은 이것이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고 착각하며 사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나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고민이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에서
희한한 허탈감과 해방감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2022년 9월 16일 오전 7:19

해도 되는 것
하면 안되는 것
해야 하는 것
안해도 되는 것
하면 좋은 것


2022년 8월 14일 오후 11:04

당황하지 않은 척
화가 나지 않은 척
괜찮은 척
몰랐지만 아는 척

때로는 모르는 건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해결이 될 때도 있다

이 미묘한 간극을
누가 알랴

커다란 가운을 입고 어른 행세를 하는 어린아이


2022년 7월 8일 오후 10:12

잘못했으면 얼마나 잘못하겠으며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는가


2022년 7월 7일 오후 4:17

잘 창조된 세계는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안을 주는가
그리고 그 세계를 위해 누군가는 얼마나 큰 공을 들였던가


2022년 5월 30일 오후 9:50

# 생각은 한 줌의 희미한 연기처럼 나타났다가 곧 바람결에 흩어지듯 스러진다 가끔은 그런 생각들이 아까워서 모아두기도, 어쩔 때는 세상 쓰잘데기 없어서 일부러 손을 휘휘 내저어 없애버리기도 한다

# 그러모으는 손짓을 여러번 반복하다보면 솜사탕마냥 시나브로 형태가 잡히기도 한다. 나는 몇 개의 솜사탕을 모아 여기 전시해두었다

# 대부분은 다 쓸데없는 생각이 맞다

# 이름을 바꾸고는 싶은데 아직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아 그냥 두고 있다

# 심각한 두통이 찾아왔다 원인은 고질적인 긴장성 두통…덕분에 어제는 교회에서 돌아오자마자 저녁도 안 먹고 내리 잠만 잤다 이건 아픈 것도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점차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것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바뀌었으면 하면서도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항상 여기가 아닌 저곳, 지금이 아닌 다음 단계를 목을 빼고 바라보았다. 초등학교는 중학교를 가기 위한 발판에 불과했고 중학교는 고등학교를 가기 위한, and so on. 이제야 here and now에 집중하는 훈련을 가지는 중이다

# 쉴 만한 물가, 로뎀나무 그늘, 위로가 되는 자, 생명수가 흘러나오는 자…나는 아직도 내가 바라는 이상향에 도달하지 못하였다 아직은

# 가끔은 누군가에게 정말 뜬금없는 말을 건네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아직은 그럭저럭 작동하는 나의 전두엽이 미리 그런 말들을 검열해주고 나서는, 너 미쳤냐며 그런 소리는 할 생각일랑 말라고 어서 집어넣으라며 대차게 inhibition 시켜주는 통에 아직 꺼내지는 못하였다 괜찮다 나는 충동적인 사람이므로, 잊지 않고 그 생각이 계속 맴돈다면 언젠가는 불쑥 이야기를 꺼내고야 말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질문이다 “그럼에도 사랑하시지요?”

# 그러나 주님, 내 날개를 꺾으시고…

# 중요한 것은 마음

# 모든 사람은 귀하다

# 보통인 사람들의 힘

# 당신의 눈으로 세상과 사람들을 보게 해달라는 기도. 눈앞에 펼쳐진 매일의 현실이 참담하기까지하여 그런 기도를 시작했었다. 세상은 똑같지만 훨씬 아름답다. 거리에 까맣게 늘어붙은 껌자국이라던가 땟자국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고, 모든 수풀은 항상 싱그럽고, 생을 다한 것들은 진물을 내며 썩어가는 것이 아니라 수분만이 고요히 빠져나가 마른 잎처럼 탈락되는 그런 세계…눌리고 고통받고 일그러지고 변형된 모습이 아닌 창조된 원형 그대로의 사람들…그 기도를 드리면서 내 눈 앞에 있는 이 8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기도 했다. 재밌는 것은, 여성은 대개 20대 중반 정도 되어보이는 젊은 모습인 것에 반해 중년 이후의 남성은 99%의 확률로 5살 이전의 남자 어린이 모습이라는 것이다. 가끔은 준수한 소년 내지 청년이 서 있기도 했다. 그것은 아주 가끔이었다.

# 인정욕구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그래도 가끔 듣는 긍정의 코멘트는 나를 기쁘게 한다. 적어도 방금의 그 행동은 잘 한 것이니 계속 남겨두라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이번에 이사가는 게 잘 풀리지를 않아 골머리를 앓았다


2022년 5월 10일 오후 5:41 

인도하심에 따라 살아가는 게 좋은 건 알지만
어떨 때는 (매번은 아니고 정말 어쩌다가) 지겹고 짜증이 날 때도 있는데 (이게 잘못된 거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솔직한 제 심정)

그럼 하나님 없이 살 수 있냐라고 물으신다면 그건 절대 아니죠 그런데 이게 내쳐질 것이라는 두려움에 그게 싫어서 (이 경우에는 순종이 아니라 복종)을 하는 것도 원치 않으실 것 같다는 생각


2022년 4월 9일 오후 3:45

해마다 활짝 핀 꽃들을 보면서 곧 저 꽃들이 지고 잎사귀가 나무를 가득 메운 때에도 저게 개나리고 저게 벚꽃나무고 저게 목련임을 기억하겠다고 번번히 다짐하지만 그 다짐은 한 번도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다. 나는 또다시 그 나무와 그 덩굴이 이렇게 이뻤다는 사실을 홀랑 까먹고 일년의 열 한 달을 보낼 것이다. 봄이 오기 바로 직전 겨울에 제일 못생겨져서는 을씨년스럽게 옹숭그리고 있는 빈 가지, 쓰레기와 그렇게 멀어보이지 않는 개나리 덩굴들에 다시 꽃이 피고 잿빛 햇살이 분홍빛으로 바뀌면 나는 또다시 새삼스럽게 반쯤은 기쁘고 반쯤은 슬픈 마음으로 그 꽃들을 바라볼 것이다. 꽃들은 반짝 피었다가 금방 지고 마는데 그게 안타깝고 아쉽지 않냐는 우문에 돌아온 현답 (그때에는 또 그 계절의 꽃이 핀다)을 듣고 나서는 마냥 슬프지만은 않게 되었다.


2022년 4월 6일 오후 7:33 

해먹
천막
두르는 거
테이블 의자
불켜야지
바닥에 두고 쓰는거
이케아를 가자


2022년 3월 25일 오후 10:24

코로나 투병일지
목이 간질간질해서 검사를 받으니 양성
집에 돌아오는 길에 타이레놀 구매
먹기는 오지게 잘 먹는다
먹을 때는 목이 안아프다
관절이 쑤신다
알람을 안맞추고 자도 된다니…!


2022년 3월 21일 오후 6:45

Success is not a product of schooling but of the lifelong attempt to acquire it

출처 모름…


2022년 3월 1일 오후 2:03

교수님께
그동안 부족한 저희를 가르쳐주시고 이끌어주셔서 저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주신 가르침 바탕으로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사 000 000 000 000 올림


2022년 2월 11일 오전 7:19 

버스전용차로에서의 좌회전 깜빡이는 무슨 뜻일까, 내가 파악한 맥락은, ‘나는 이 이상 빨리 갈 의사가 없으니 원하신다면 나를 추월해가세요.’이다.


2022년 2월 1일 오전 9:13

오랜 시간 공들여서 구축해 온 나의 세계, 나의 평화
나는 어떤 신호, 징후, 증거들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것은 일종의 미신적 행위였다. 의미를 가지게 된 숫자가 내 눈 앞에 다시 나타나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길가에 지나다니며 보는 간판에 적힌 전화번호의 마지막 두 자리, 앞 차의 번호판, 커피를 시키고 받아든
영수증에 적힌 주문번호 등 따위에 한순간 나의 운명을 모두 걸었다가 원하던 숫자가 나오지 않으면 칩을 모두 거둬들였다. 맞아떨어졌을 때는 역시, 라고 생각하고, 아닐 때는 실망하였다. 이스라엘 민족이 나와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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