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024년 3월 29일-2

동참했나요?
계속 답을 내지 못하고 있는 문제
나의 죄 때문에
직접이 아닌 간접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나는 원리를 파악하고 그걸 자유롭게 다루고 싶어한다
이건 순수하게 이기적인 본능이다

나를 받아주옵소서
불현듯 찾아오는 죽음 직전의 깨달음의 순간
아 나는 이제까지 뭘하고 있었던거지
중요한 게 여기 있었는데
나는 다른 것만 보고 있었네

주님 제가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주님께만 매어있기를 원합니다
저를 해방시켜 주소서
저는 못합니다

손을 씻을 때
본디오 빌라도가 생각날 때가 있다
나는 그다지 떳떳하지 못했구나

아버지
고난주간동안 저에게 일하셨습니다
제 삶의 현장에서 일하셨습니다
그 점에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주님
모든 것이 좋은 방향으로만 정리되지는 않았고
저는 죄책감을 느낍니다
양심에 관하여 재판이 열린다면 저는 무죄를 받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본디오 빌라도의 손을 씻는 행위가 결코 그를 무죄로 만들어주지 못하였듯
저 역시 제 스스로 손을 씻는다고 저의 비겁한 위장이 없이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속이 무지 쓰립니다
위벽이 깎여 나가는 것 같아요
피를 1.5L 토하고 Hb이 반토막이 나서 간 그 환자는
괜찮을까요
무엇보다도
단지 그것만은 아니겠지만
저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설명은 이 물질세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말이지만
저때문에 그 모든 일이 일어났다는 게
그게 가장 죄스럽습니다

내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죄인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하는 나
예수님이 다른 누구도 아닌 나 하나 때문에 돌아가신 것이라고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나


2024년 3월 29일

이렇게 정리된다
이렇게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서
이곳을 떠난다
예정된 시간이 끝나가고
정해진 기한이 도래하고
숨죽여 엎드려 기다리던
그때가 마침내 다가와서

이번에는 묶인 매듭을 풀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았다
대신에 기다렸다
어쩌면 조금 비겁한 방식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게 마땅히 해야할 바인 것 같기도 하고 사실은 잘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
상황이 자연스럽게 풀리고
환경이 뜻하지 않게 바뀌고
나의 노력이 아닌 외부의 변화로 인해 마무리된다

항상 끝날 때가 되면
더 잘 할 수는 없었을까 생각한다
이건 그냥 오래된 습관 같은 거다
나는 매순간 최선을 다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정신차려보면 매번 이를 앙다물고 있다
턱이 얼얼할 정도로
죽지 않을 만큼만 조절해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이제까지 내가 살아남은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터득한지도 모르고 있던 채로 무의식 중에 체화한 생존방식인지도 모르겠다
턱에 힘을 빼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매번 의식적으로 알아차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엔 뭘 배웠나
이번엔
어떤 시간이
어떤 것들이
나를 통과하고 지나간 것일까
지금은 알 수 없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그때 가서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얼마간은 슬프고
약간 아쉽고
끝났다는 것에 안도를 느끼고
그저 평화만이 찾아오기를
다시 얼마간의 평온이 머물다 가기를
그러다 또 찾아올 폭풍우에
좀 더 의연하게 내 몸을 맡길 수 있기를

shanti, shanti, shanti


또 피가 난다고? 또?
진짜?
아놔

그리고 전원
이제 정말 할 말이 없다
정말 저를 그렇게까지 close monitoring 해주시니 너무…감사하네요
비아냥거리는게 아니라 진짜에요
황송해서 그래요

바로 전원이 된걸로 봐서 정말 나에게는 메세지만 주시려고 하셨던 것 같고
‘야, 고난주간 아직 안끝났어. 왜그래?’
뭐 그런…

아 점심시간에 걷다가 얻은 깨달음
열심히 살면서 동시에 힘을 빼고 살아야 한다는 건 뭐냐
내가 미진하다고 느꼈던 부분의 정체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부분의 부족이었다


2024년 3월 28일

4일째
알람을 맞춰놓으면 10분전에 눈 뜨는 능력 획득?
3:50에 눈이 떠졌지만 나는 오늘 자겠다 마음을 먹었기 때무네 알람을 미뤄놓고 6시까지 꿀잠
다시 5:50에 눈이 떠졌지만 끄응하면서 다시 눈을 감고 6:10엔가 겨우 일어남
잠 좀 자니 살 것 같다
명단은 여전히 정리가 되지 않는다 몰라 그냥 포기했다
몸에 힘을 빼고 산다는게 아직 뭔지 잘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 흘러가는데로 방관하라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최선을 다하면서도 몸에 힘을 빼고 산다는 건 대체 어떻게 하는것일까?
아무래도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만 할 것 같다


2024년 3월 27일

3일째
아우 잠을 좀 자니 살 것 같다
새벽기도 때는 병든 닭처럼 (언제나처럼 ^^) 꾸벅꾸벅
출근길에 졸음운전 무셔
그래도 피할 길을 주셔서 죽을 것 같지는 않은데
아휴…이거 언제 다 정리되나 싶은
이런 식으로 일기를 써도 되는건가

하나님에 대해 생각하지는 않고 하나님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게 되는 요즘


2024년 3월 26일

고난주간 2일째
무난히 지나가는 중(이라고 말하면 괜히 입방정 같으니까 그만 말하자 음음)
내용증명이니 공시송달이니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어 기도
음…모르겠다
그래도 2년 전보다 좀 바뀐 건 있다고 스스로 평가하긴 하는데
어떠실지?

아우 졸려
집에 가서 기타나 뚱까당 거리면서 놀고 싶다
내가 왜 간다고 했을까…

그래도
근근히 은혜로 먹고 살고 있음…
근데 이게 최선인가?


2024년 3월 25일

고난주간 시작
매 해 반복되는 패턴
그래도 이제 괜찮은 건
아휴 그래 또 시작이다 하고
일주일 (5일?)만 딱 눈 감고 날 잡아잡수 하면서 지내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것이다
바닥에 납작 붙어 기어가기 전술이랄까…
아무튼
고난주간 시작


2024년 3월 22일

하나님 안녕하세요
시키시는 대로 한지 며칠이 되었어요
글쎄 한 3일 되었을라나요?
느낀 점 몇 가지는
뭐 일단 없어도 죽지는 않는다(당연…)
뭐라도 생산적인 일을 해보려고 발버둥친다
그럼 전 좀 더 나은 인간이 되어있을까요?
참 웃겨요 항상 바라왔던 일이면서도
막상 닥치면 싫어한다니요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그렇다고 해서 제가 주님을 항상 항시 맨날 매 순간 생각하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죄송해요 실망하셨을까요? 아니면 이미 알고 계셨던 바라 딱히 그렇지도 않으실까요?
생각보다 저는 주님에 대해 아는 바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여기까지 쓰고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은 무조건 듣기모드다
응응 대답을 하던 와중에 또 생각했다
나는 여기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원래 인간의 뇌구조라는 게 받은 건 얼른 까먹어버리고 가지지 못한 것만 끊임없이 갈구하며 스스로 슬픔을 자초하게 되어 있는 것일까


2024년 3월 21일

연락이 잦아진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새벽부터 오는 연락과
짙어지는 절망과 회의

아버지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오래된 습관이
또아리를 틀고 잠자코 수그리고 있던 오랜 의문이
다시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갈라진 혀를 낼름거리고 있다

막상 뚜껑을 까고 보니 그 정도는 아니었던가 싶기도 하고

10년의, 그리고 평생의 서사를 가능한 짧게 축약해서 들려주는 조각조각의 이야기를 들으며
또 바뀌는 생각
이게 제 순서에서 끝날 수도 있겠다고요?
싫은데요?
몰라요 일단 저는, 이번에는 아니에요

동기들이 그립다
옆에서 한탄을 들어주고
서로 위로해주고
오전 일을 끝내고 잠깐 옷 갈아입고 나가서 길 건너 음식점에 갔다가
까페도 가서 햇살 아래에서 커피와 디저트도 시켜 먹었던
얼마 되지 않던 그때의 호사가 오늘은 유난히 더 그립다


2024년 3월 20일

살을 이제 그만 빼라는 소리를 들었다

가끔 그때 병원 앞 평양냉면 집 생각이 난다
오전 10시 반 쯤
눈꺼풀에 밀려 들어오는 잠을 기꺼이 안으로 들이며
가물가물해지는 의식 속에서
두어 시간 뒤 일정을 헤아리며 보냈던 나날들

“너의 이웃을 사랑하라”
는 말씀에 따랐을 때 주님은 우리가 나아갈 길을 준비해두셨던 것이다. 신앙이란 이치가 아니다. 진리란 이른바 이치에 맞는 것이 아니라 신의 마음에 맞는 것이라고 나는 이때도 절실하게 느꼈던 것이다.
-미우라 아야코, 살며 사랑하며


또 한 번의 bleeding event
기가 찬다
제대로 깨닫고도 순종하지 않은 것이 악하다
정신차려라
그래서 유튜브도 지우고 까페 아이콘도 지움
천관녀의 집에 찾아간 말의 목을 베어버린 심정으로
이정도면 눈에 띄지는 않겠지

나의 아버지 어디 계십니까
나는 모든 걸 다 버렸습니다
(사실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제가 이제 볼 것은 아버지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또 비교할 수 없는, 비교할 수 밖에 없는 대상인
예수님이 생각나고
그분은 정말 모든 걸 다 버리고 목숨까지 내놓으실 정도로 순종하셨는데
나는 고작 그거 하나 내려놓았다고 맡겨놓았다는 듯이 찾아대다니
그래도 찾는 것 자체는 바람직한 현상 아닐까

그리고 깨달음
나는 기도했고
기도를 들어주신거고
헛웃음이 나오더라고

진정으로 살아있는 순간은
하나님께 밀착해서
하나님과 소통하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그때뿐이 아닌가
그러면 다들 얼마나
오랜시간 자고
잠깐씩만 깨어있는 것인가

그러면 저는
깨어있습니까
얼마나 깨어있습니까
얼마나 깨어났습니까
얼마나 살아있습니까


2024년 3월 18일

주말 이틀 간은 집에서 컴터도 안키고 그렇게 보냈다
사실 바빴다 토요일은 토요일대로 일요일은 일요일대로
무의미한 (하지만 엄청 즐거운!) 영상시청으로 가득 채웠던 나의 시간들은 이제
나름 잊어보려고 떨궈내보려고 떨쳐내보려고 발버둥치는
생산적(?)인 활동으로 채워보려 하고
하지만 문득문득 사실은 거의 하루종일 망령처럼 붙어 따라다니는 끈질긴 유혹에
못이겨 다시 슬쩍 곁눈질을 해보고

피아노 스케일 연습
기타 독학
뭐 이런 걸 시작해봤단 말이지
매일 한 시간 걷기도 꾸준히 성실하게 하고 있단 말이지
체중도 나름 10kg가량이나 감량했단 말이지 (정말 놀랍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답답하고 갑갑하고 슬프고 그렇단 말이지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단 말이지

아, 하나님
너무 지루합니다
주를 찾는 과정이 이렇게 지루해서야
어디 되겠습니까
제발 절 좀 즐겁게 만들어주세요
무엇인가를 참아내고 당신을 견뎌낸 댓가로
또다른 무엇인가를 얻어내는 건 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정말 희한한 일이지
꼭 비슷한 케이스들이 하루에 몰려와
오늘은 부종의 날인가봐
그렇다면 이건 또 무슨 메세지일까
아니면 세상의 중심이 나인 양 모든 것을 메세지로 해석하려는 자세는 관둬야 하는걸까?
아니지, 내 세상의 중심은 나인데…
아무튼
희한해


형편은 어려워도,
소리까지만 듣고 빨리 퇴원시켜달라는 건가 넘겨짚었는데
먹고싶다는 건 다 사줬거든요 제가
소리를 듣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평소에는 안 저러는데 섬망만 오면 다 잡아 빼가지고,
내가 옆에 있으면 잘 지키고 있을텐데,
여기서는 그러지 못하니까


2024년 3월 15일

detox는 성공적으로 진행 중
다만 아직 생각은 계속 나는 중
역시 충격요법이 답인가…
하지만 충격요법도 때가 되야 효과를 발휘하는 법이지
그럼 때가 되었다고 봐도 무방할까?

의도치 않게 디지털 디톡스까지 같이 되고 있는데
외부의 자극을 90% 이상 차단하는 데 성공한 만큼
이제까지 보지 못한 것들을 볼 수 있는 눈이 열렸으면 좋겠다


2024년 3월 14일

inotropics 요구량이 꽤 높다
전과해서 보기로 했다

마음은 얼마나 빨리 식을 수 있나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들은 후회와 난처함으로 남는다


2024년 3월 13일

어제는 좀 신기한 경험을 하였다
그리고 깨달음

기본기 연습하고
많이 듣고
굳이 만들어내려고 하지말고 그냥 두고
그러다보면 그냥 자연스럽게 차서
흘러넘치는 것이구나

나는 네가 그립다
그래서 열심히 살아보려고 한다


계속 이런 식으로 살 수는 없다
이 일의 성격이 이러하기는 하나


이 모든 일은 다 내가 마음관리를 못해서 생긴 일이다
2번의 bleeding events
둘 다 퇴원 직전에
내 마음이, 생명이 누수되고 있다
하나님께만 온전히 향해야 할 마음이
다른 곳으로 새고 있다
나는 그것을 용인하고 방치하고 부추겼다
이제 마무리가 다가오는데
마무리 바로 직전 단계인데
마지막 단계에서 내가 이러고 있으니
안타까우셔서
나에게 이러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타협을, 협상을 해보려고 했다
이건 이렇게, 이건 이정도만, 안될까요?
안돼. 너 왜 나하고 협상을 하려고 하냐?
협상하려 하지마
나는 네 온전한 마음을 원한다
…할말없음
다물어지는 입
우는건지 뭔지
알수없는 복잡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 얼굴을 하고 쳐다보는 하늘
추궁의 전화, 기분이 좋을리가 없다
난 또 무엇을 잘못한걸까
그래 다 내 잘못이지 그렇지 맞지
좋아질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생각한다
내가 깨닫고 마음을 돌이켜
죄를 자복하고 엎드리기만 하면
눈에 보이는 현상은, 상황은, 물질세계는
좋아질 것이다
마음의 누수…
새어나가는 생명…
그리고 온 사진
답답함, 탄식, 깨달음
아, 이것도 아니구나
진짜 아니구나
진짜 아닌거구나
진짜로
놓아야하는 거구나

작년에도 사순절 고난주간에 어려운 일이 있었는데
패턴이 반복된다
모든 건 다 하나님을 알게 하시기 위한 것
내 마음을 점검하고 정결하게 하기 위한 것
내가 일만 하고 사니까
일터에서 일을 만드시는 것 뿐


2024년 3월 9일

습도 또 왜 이러니 17%
눈이 퍽퍽해서 리포직 넣고 쪽잠
의식이 느슨해질 때의 사고의 흐름은 정말 재밌는 것 같다
토요일은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온다 이 역시 불변의 법칙…
사실 이상하다는 건, 이 스케줄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문제가 없는/경한 사람들이란 소리도 되지만
진짜 문제가 심각한데 본인이 모르는 사람들도 꽤 있다 제일 복잡한 케이스
또 생각해본다. 나도 누군가에게 손 많이 가는, 에너지 소모가 심한 고객은 아니었나…

전산 미쳤네 너무 느려 서버 문제냐 컴터 문제냐

매주 금요일 밤은 눈물의 기도
울컥하면 동시에 또 생각한다 이예쓰 오늘도 성공
내 안에 이런 저런 여러 명의 내가 있다
하나님이 아름답게 만들어주신 나 (어딨니 얘야)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게 들어와 자리잡아버린 내쫓아야 할 나
갈팡질팡 허둥지둥 항상 겁에 질려 있는 나
선한 길을 찾아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나
어둠 속에서 팔짱을 끼고 그 모든 것을 보며 혓바닥이나 차고 있는 나

저는 어디쯤 와 있습니까
제대로 가고 있습니까
온 길을 되돌아보면
때로는 주저 앉아 한참을 보내기도
비틀거렸을지언정 다른 곳을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삐져나가려고 할 때마다 툭툭 한 번 씩 건드려서 안으로 다시 집어넣어주셨을 것이라고
시선을 거둬 내 발을 내려다보고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들어 가던 길로 계속 가다보면
눈앞에 나의 주께서 서 계시고
저 너머에는 빛과 따스함이 비치고 있으니
그쪽으로 계속 걸어나가면 될 일이라고

깊은 임재, 완전한 통치, 지성소의 은혜
사랑합니다
그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제 마음이 오로지 당신만을 구하게 하소서


2024년 3월 8일

영화 그래비티
소설 스푸트니크의 연인
시 별의 역사


2024년 3월 7일

악보는 대충 땄다
듣고 고대로 따는 건 고통스럽다 (메모!)
무슨 라틴어 받아쓰기 시간도 아니고
대충 듣고 느낌만 살려서 알아서 채워넣자

자고 일어났는데 머리를 맴도는 멜로디
아 이게 뭐였지 쇼팽이었나…
출근길에서부터 불굴의 집념으로 찾아낸 제목
Chopin Preludes Op.28 No.4
끊이지 않는 집념으로 찾아낸 ‘이 곡이 어느 책에 수록되었는가’
슈만 어린이정경과 함께 주문 완료

이갈이장치는 어제 처음 제대로 끼고 자봤는데
이게 나아지고 있는건지 오히려 악화를 시키는건지…
일단 너무 불편해서 수면의 질에 영향을 준다 자꾸 잠을 깨우려고 함
하지만 나는 잠을 참 잘 자는 아이지

벤저민 프랭클린의 3-5-7-9 시간 관리 법칙
3 : 독서를 포함한 자기 계발을 하는 시간
5 : 식사 포함 여가를 즐기는 시간
7 : 취침시간
9 : 일하는 시간

7시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수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보자 5시에 일어나려면 10시부터 자야하고
6시에 일어나려면 11시부터 자야하네
글렀다 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샘에 대한 글을 썼다
샘에 관해서는 한 꼭지 더 쓸 거리가 있는데
이건 다음에
회귀
예전에도 한 번 한 생각인데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한참은
스스로 온전히 서는 데까지 족히…10년은 더 넘게 걸린 것 같다
(아니다, 온전히 선 게 맞을까? 그것보다는 여유가 생겼다고 말하는 게 더 맞겠다)
그리고 좀 정신차리고 여유가 생기고 난 다음부터는
어린 시절 가지고 있다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아서
내 공간에 쟁여두는 데 집착했다

그럼 그것들은
어떻게 받게 된거지
그리고 어쩌다가 잃어버리게 된거지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고, 놓고 떠날 때마다
무겁고 많은 짐들을 간추릴 때마다
생각했어
내 손이 이걸 다 쥐고 있을 힘이 없어서
이들을 떠나보내고 있는 거라고
그 중에는 싫증난 것도
아까운 것도
그저 그랬던 것들도
곁에 두기 힘들었던 것들도
있었지
그러다가 다시 그리워지면
또 에너지를 써서 다시 내 곁에 두고
그랬었네


초등학교 때
인생이 권태로웠을 때
남아도는 시간들을 도저히 어쩌지 못하고 있었을 때
방에서 물감 케이스에 고무줄 몇 개를 감아서
팅팅 튕겨보곤 했었다
고무줄마다 다른 두께와 장력을 가지고 있어서
각각 다른 음계를 냈고
날은 맑았고 창으로는 해가 들어오고 있었고
고무줄은 햇살에 반짝거렸고
사람의 손톱이 해 아래에서는 보석보다도 아름답게 반짝인다는 걸 알게 되었고
밝게 빛나던 노란색 고무줄이 형형색색의, 12음계로는 정확히 떨어지지 않는 그 사이 어딘가의 주파수들을 내었었고

참 분에 넘치는 환경에서 자랐다
그런데도 나는 슬펐어
나에게도 굴곡이 있었다고는 하나
이건 나에게만 커다란 굴곡이었을 뿐
엄마는 내게 종종 그랬었다
우리보다 훨씬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예로 들면서
그 사람들에 비하면 너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거니
감사할 줄 알아야 해
엄마, 알겠어요 하지만
그건 제 입에서 나와야 하는 고백이 아닌가요
왜 제게서 듣고 싶은 말을 저에게 넣어주시려고 하시나요
어린 나이에도 그 비교가 속이 불편하게 거북했었다
엄마가, 그런 말을 하는 엄마가
시장에서 천원어치 콩나물을 사면서
억지로 덤을 쑤셔넣는 엄마가 아니길 바랐다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무시하고
대단한 사람들을 추켜세우면서도
저녁 식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 사람들의 험담을 입에 올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길 바랐다

그럼 나는
훨씬 어려운 환경에 처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못한, 상처받은, 부서진, 망가진 위인이 되었을 것이란 말이지
나보다도 어려운 일을 겪은 사람은 무궁무진하단 말이지
나는
어려운 일을 겪고도 훌륭하게 성장한, 그런 아이는 아니란 말이지
나름대로 괴로웠으되
그 괴로움이 꼭 나만 겪은 것도,
내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었던 것도 아니었단 말이지

어릴 때 일기를 쓰면 ‘나는’이 문장마다 있는 것으로 지적을 받았다
‘오늘은’은 어떻게 뺄 수가 있었어
하지만 이 ‘나는’은 해결이 안되었단 말이지
지금도 말이야, 이 글에는 내가 가득해
페니베이커 교수가 말하길, I가 많을 수록 우울하고 자살 경향이 높아진대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나’를 지워가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단지 지금은 나에게 집중할 때라고 생각해
이제까지는 아직 그렇게 되지도 못했으면서 그렇게 되어보려고 발버둥쳤었는데
그 시도가 모두 실패로 끝났다는 걸 봤거든
속이 안바뀌었는데 어떻게 겉만 회칠한다고 가려지겠어
그래서 지금은 ‘나’에게 온전히 제대로 아주 그냥 푸욱 집중해보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나를 지워갈 수 있지 않을까
아무런 미련도 회한도 슬픔도 자기연민도 남기지 않은 채로 말이야

나는 종종 생각해
자기완성은, 평생 걸릴 작업이라고 말이야
그래서 죽을 때가 되면
비로소 나는 그 때 내가 바라던 나의 모습으로 나의 신에게 갈 수 있겠지
그 정도만 되어도 정말 좋을 것 같아


2024년 3월 6일

악보 따는 건 정말 너무너무…
내가 좋아하는 노래였으면 이렇게까지 힘들이진 않았겠지
취향이란 게 이렇게 중요한 거라구
아니 다 떠나서 전혀 와닿지가 않아 어쩜 이럴 수가 있지
일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되지만 오히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이러는 듯?
오늘도 두어 개의 택배가 도착했다는 메세지가 왔다
퇴근하면서 마트 들러서 속옷이랑 양말 살 것!

중고로 팔아버렸던 책을 다시 사고 (인간아…)
스케일 연습 제대로 다시 시작
머리 속에 떠다니는 아이디어는 있는데
coherent, cohesive form으로 만들어 내려면
결국에는 밑바닥부터 다지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걸
이제 깨달음
뭐 늦었다고는 안하겠어


2024년 3월 5일

나름의 걸음을 걸어보았어
두어 발자욱 밖에 되진 않았지만 말이지
나는 여전히 슬프고 어렵고 그래
언제까지 자신의 그림자만 바라보며 한탄하고 있을건지

내 모습을 찍어서 돌려보고 있다
모니터링 개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은
그 와중에 사랑스럽게 바라본다는 것은

바람이 내 남편을 데려갔어요
그리고 피투성이에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고서는 다시 내 눈 앞에 가져다 놓았죠


2024년 3월 4일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으려고 몇 백 키로를 다시 되짚어 가시는 예수님의 발걸음을 생각해본다.

출퇴근길 정도는 자동주행걸어놔도 되지 않을까

속도가 늦어지면 졸려서 큰일이다.

나는 그저 한없이 슬프고

정말 그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시간이 없네…나눠서 악보를 따보는 걸로…

머리가 복잡하군, 이런걸 매일 하고 있단 말이지, 이런 생각들을

언제나 부족하고 언제나 모자란 느낌을 받으면서 말이야

그 자아가, 괜찮을까?


2024년 3월 3일

엄마, 내가 엄마에게 기쁨이었다고 말해줘
내 존재가 버겁거나 무겁지만은 않았다고
내가 있다는 사실이 귀찮거나 짐스럽지만은 않았다고
때로는 내가 있어 기쁘고 행복했던 날들도 있었노라고
내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날보다는 그래도 내가 있어 다행인 날들이 더 많았었다고
엄마, 내가 엄마에게 기쁨이었다고 말해줘

내가 전도를 못하는 이유
부끄러움과 귀찮음

악보따야 하는데 귀찮다…
오늘 공원 4바퀴 돌았다
한 바퀴에 10분 걸린다는 사실도 새로 알았다


2024년 3월 2일

질그릇 같은 우리 속에 이 보물이 담겨 있습니다.
그 헤아릴 수 없는 능력은 하나님의 것이요
우리에게서 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이시기 위한 것입니다.

고린도후서 4장 7절

보자 못하는 자
그게 바로 나


2024년 3월 1일

뭔가 가끔 기특한 생각을 하긴 하는 것 같은데
그걸 후딱 적어놓지 않는다면 날라가 버리니까

아까도 뭔가 기특한 생각을 했던 것 같기는 한데

3/1이다
순국선열의 얼을 생각하는 건 물론이고 (진짜?)
오랜만에 하루종일 집에 진득하니 붙어서 정리하고 청소하기 (=갖다버리기)
옷장정리 뿌듯하고
지난번에 서재 정리했고
이제 거실만 하면 된다
책이 늘어서 큰일이다
이사갈 집은 대체 얼마나 커야하는걸까
내 욕심을 다 담을만한 집이 있을까?
아파트가 아닌 스튜디오 같은 데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아 가만히 다시 보니
책장에 절반 정도는 책이 아닌 다른 것들이 채우고 있다
저걸 비우면 되는구나…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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