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매일의 일상은 회색벽돌과 같습니다.
회색이라고 해서 암울하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제가 붉은벽돌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고
톤다운된 회색이 주는 진중하고 차분한 이미지가 저랑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하루의 일상을 충실히 살아낸다면, 글쎄 벽돌 한 5장은 받는 것 같아요
그러면 저는 왼손에 벽돌을 들고, 오른손에 든 (그 도구를 뭐라고 하드라?) 아무튼 그걸 가지고 옆에 있는 통에서 메지를 푸욱 퍼서
다음 벽돌을 놓을 자리에 적당량을 떠서 바르고 양손으로 (사실은 왼손과 오른손등으로) 벽돌을 잘 맞춰서 쌓는 것이지요
제 집은, 한 절반정도 지어진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뼈대만 있는 벽이에요
조금 있으면 창문의 윤곽이 드러나고, 꺾어지는 코너도 나타나겠지만요. 아무튼 지금은 그냥 벽 한 면에 서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잠깐 앞의 일에서 눈을 떼서 주변을 둘러봐요. 웬 텔레토비 동산에 있네요 우리는
제 바로 오른쪽 옆에는 진흙을 가지고 언덕인지 무덤인지 모를 둥그런 형태를 빚고 있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는 어느새 골조 (저걸 골조라고 부르는 게 적합할지는 모르겠지만) 공사를 끝내고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어요
제 회색벽돌보다도 더 짙은 진흙으로 쌓기만 하고 있을 때는 대체 저게 뭔가 싶었는데
거기다 방수처리를 하고 흰색으로 칠한 뒤 형형색색의 거대한 꽃을 그려넣고 있네요. 집 전체에다가요!
햇빛이 반짝여서 집이 참 화사하고 예뻐요. 창도 절묘하게 뚫어놔서 저 안에 들어가면 해가 잘 들거에요. 놀러가 보고 싶네요.
거기서 조금 떨어져서 시선을 왼편으로 돌려보면 저쪽에는 철제로, 그 옆에는 콘크리트로, 그 옆에는 짚을 가지고 뭘 하는 중인 것 같고…
제 왼 편 옆에는 나무 오두막이 한창 올라가고 있는 중이에요. 그래서 왼편에서는 항상 망치로 뚝딱이는 소리, 대패로 나무를 켜는 소리, 드릴 소리, 나무 위에 나무를 떨어트리는 소리…같은 것들이 끊임없이 난답니다. 나무를 킬 때마다 솔솔 나는 향은 덤이고요. 저 집은 자리를 잘 잡았어요. 바로 앞이 호수거든요. 아무래도 호수까지 바로 갈 수 있게 데크 길을 깔 생각인가봐요. 저 집도 참 맘에 들어요.
다시 제 집을 쳐다봐요. 회색벽돌을 쌓아 올려 만들고 있는 나의 집, 아니 나의 벽
예전 같았으면 저 꽃 그림 그려진 하얀 진흙집도, 호수를 옆에 낀 근사한 나무집도, 콘크리트로 지은 5층 집도
모두모두 갖고 싶어 했겠지만
지금은 알아요
저에게 잘 맞고 어울리는 것은 이 회색벽돌 집이라는 사실을요
근데 이 집, 다 지으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에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