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은 명확하다
내 이름 석 자를 박은 책이 가지고 싶다는 것
서점에 가서 매대에 깔린 (꼭 매대에 깔려야 한다. 존재감 없이 책장 한 구석으로 가서 처박힐 것이 아니라) 내 책을 남몰래 구경하고 쓸어보는 것
그러나 책장에 수없이 꽂혀 있는 그 책들이 이미 면면이 대단한 책들인데, 뽑아서 뒤적거리다보면 아 이 책도 좋은 책이구나, 발견과 깨달음을 얻고 다시 내려놓는데
그리고 책을 꽂고는 그 한 칸을, 책장 한 줄을, 연이어 그 옆을 주우욱 쳐다보면
끝도 없는 책의 행렬이 눈에 들어오는데
세상엔 이미 책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많은 게 아닐까
어쩌면 여기에 뭘 더하겠다는 건 나의 추악하고도 의미없는 욕심이지 않을까
그러니 쓰지 말자, 여기에 더 뭔가를 더하지 말자
세상에, 지구에, 더 악을, 폐를 끼치지 말자라고
내 결심을 꺾어놓는 악마인지 양심인지 모를 것이 나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여러 번 그만두었다.
그러다가 또 무엇인가가 내 안에 계속 쌓이고
희미한 실 같은 생각이 흩어지려 하다가
흩어지다가 흩어지다가 그것들이 모여서 쌓이고
내 마음 바닥 한 구석에 쌓이고
먼지덩어리 같은 것들이 이리 저리 굴러다니며 자기들끼리 뭉치다가
어느 새 거대한 덩어리가 되어 벽을 뚫고 나오게 되면
나는 또 무엇인가를 쓰고
닫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 변하지 않는 게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내 글은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산만, 지리멸렬하다고 생각한다
남들에게 사랑받으려면 사랑받을만한 모양을 갖춰야지
어떻게 다듬으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