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나를 덮칠 때
–
슬픔이 나를 잠식할 때 집어삼킬 때
–
슬픔이 나를 떠날 때
–
높은 곳을 바라보며 괴로워하기를 그치는 그 때에
–
그대 나의 구원이 되라
–
그대 나의 위로가 되라
–
자세가 곧고, 어깨가 굽지 않았으며, 옆선이 아름답고, 눈빛이 선하며, 고결함까지 느끼게 하는
그리하여 그를 가질 수 있었고 선한 마음으로 무한의 따뜻함과 안식을 줄 수 있는
그는 네 곁에서 천국을 느꼈겠지 너만 있으면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겠지 너보고 자신의 구원이 되어달라고 청했겠지
세상의 악과 어둠 따위 가까이하지 않고 멀리서 바라보며 측은한 마음을 지니는
그럴 수 있는
너는 모르겠지
그의 아이
나는 여기 어두운 그늘에서 질투심과 복수심으로 눈이 활활 타오르고
사랑을 속삭였을 그의 두 눈 맞잡은 두 손과 떨리던 고백 그리고 너의 인자하고 평온하기까지한 그 미소를
그러나 나는 보복 따위는 하지 않아 그저 마음의 그 소용돌이를 혼자서 삭이고 눈을 돌려 뒤로 돌아 걸어갈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