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트니크의 연인

어째서 모두 이렇게까지 고독해져야만 하는 것일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살고 있고, 각각 타인의 내부에서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는데, 어째서 우리는 이렇게까지 고독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무엇 때문에? 이 행성은 사람들의 적막감을 자양분 삼아 회전을 계속하는 것일까?

나는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인 채 지구의 인력을 단 하나의 끈으로 삼아 하늘을 계속 돌고 있는 스푸트니크의 후예들을 생각했다. 그것들은 고독한 금속 덩어리로서, 차단막도 없는 우주의 암흑 속에서 문득 마주쳤다가 스쳐 지나가고 그리고 영원히 헤어져 버리는 것이다. 주고받는 말도 없이, 만나자는 약속도 없이.

무라카미 하루키, 스푸트니크의 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