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해법은 없는 것일까? 항상 이렇게 피곤하고 지친 몸을 끌면서 겨우 겨우 살아내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것일까? 이게 정말 최선일까?
그 모든 것은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다.
우리는 모두 1인 주연의 소극장에 관객으로 앉아있다. 관객도 나, 감독도 나, 연출도 나, 주연도 나다. 연극무대속의 나는 현실의 나보다 훨씬 잘났다. 이런 허무맹랑한,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이 이어지기만 하는 평균 8초 짜리 단막극은 인생에 가끔 도움이 된다. 교통체증에 갇혀 있을 때,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갈때, 끝없는 반복작업 중일 때 등등. 이 연극은 현세의 시름을 잊고 훌쩍 먼곳으로 잠시 데려다 준다. 그러나 거기까지이다. 그 이상의 상상은 그때부터는 현실의 나를 좀먹을 뿐이다.
우리는 모두 어디서부턴가 무언가 아주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다. 처음 시작의 반짝반짝 빛나던 것, 인간의 지성으로 파헤치고 분해하고 해부하고 분류할 수록, 처음의 그 생동감 넘치게 꿈틀대던 것은 생명을 잃어버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