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과 보석

Too much
Beyond my capability

두 가지 의미로 이 일이 나를 뛰어넘는다는 생각을 하는데
혹은 내가 이 일을 하기에 아직 모자라다는 생각을 하는데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가 있다

나쁠 때는
내 앞에 거대한 벽을 마주한 느낌이다
다시 보니 이건 벽이 아니다
거대한 계단이다
사실 그렇게 높은 계단도 아니다
그냥 계단 한 칸일 뿐이데
내가 너무 작고 쪼꼬매서
계단이 거대해보이는 것 뿐이다
눈 앞에 벽이 가로막고 있다

어쨌든
나는 이 계단을 올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이 곳에 머무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머무른다는 것은 곧 도태된다는 것과 동의어이니까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계단을 어떻게 오를까
나는 저 높이가 어떻게 되나 고개를 길게 빼서 가늠해보다가
도저히 그 끝이 시야에 담기지 않을만큼 높은 것 같아 절망하다가
주변을 둘러본다
바닥에는 나뭇가지, 진흙, 널빤지, 어린아이 머리통크기만한 돌 같은 것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다
하나씩 주워와서
벽에다 대고 비탈길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 과정은, 매우 짜증나는 과정이다
그래도 해야한다
안그러면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어찌어찌 해서 계단을 오르고 나면
한동안은 넓은 평지가 펼쳐져 있다
근데 뭐
걷다보면 다시
마주하는 벽
다음 계단이다

좋을 때도 있다
이 일이 나에게 과분하다는 느낌
나는 양손으로 거대한 보석을 안고 있다
두 손으로 들어야 하는 크기의 거대한 보석이다
색깔은 흰색과 밝은 노란색 그 어딘가쯤이다
가공이 되지 않은 원석 그대로라
절단면이 불규칙한데 날카롭지는 않다
안에서부터 빛을 내뿜고 있는 것 같다
밝은 호박빛으로 빛나는 보석에서 나오는 광선을 보면서
안에서 소용돌이 치는 것 같기도 하는 그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면서
생각한다
세상에 이렇게 또 아름다운 것이 있었던가?